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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 브랜드는 왜 기억에 남지 않는가 — 화순도순 토탈 브랜딩 케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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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순도순 브랜드 건물 사이니지 — 자연 속 브랜드 현판

“화순군 농산물 브랜드 아시는 거 있으세요?”

이 질문에 바로 대답할 수 있는 사람은 많지 않습니다. 순천, 보성, 담양은 떠오르는 이미지가 있죠. 순천만, 녹차, 대나무. 그런데 화순은? 전남 화순군에는 좋은 농산물, 가공식품, 체험 프로그램이 풍부합니다. 고인돌 유적지도 유네스코 세계유산이에요. 자원은 있는데 하나의 이미지로 연결이 안 되는 거죠.

화순군 농촌신활력플러스사업 추진단에서 의뢰가 왔을 때, 과제는 명확했습니다. “흩어진 자원을 하나의 브랜드로 연결해달라.”

화순도순 건물 사이니지
자연 속 브랜드 현판. 녹색 사이니지가 지역의 정체성을 담는다.

Chapter 1. 왜 지역 브랜드는 기억에 남지 않을까

전국 228개 기초자치단체 중 자체 농산물 브랜드를 보유한 곳은 절반이 넘습니다. 그런데 소비자가 실제로 기억하는 지역 브랜드는 손에 꼽죠. 왜 그럴까요?

대부분의 지역 브랜딩은 로고 하나를 만드는 것에서 시작하고, 거기서 끝납니다. 예산이 남으면 패키지를 좀 만들고, 현수막 몇 장 찍고. 문제는 이게 하나의 시스템으로 작동하지 않는다는 점이에요.

화순군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정리하면 이런 상황이었어요:

  • 소비자 인식 부재 — 화순이라는 지역에 대한 통합 이미지가 없었습니다. 개별 농산물은 알아도 ‘화순산’이라는 신뢰 구조가 없었죠.
  • 브랜드 난립 — 마을마다, 생산자마다 다른 로고와 톤을 사용하고 있었습니다. 통일감이 전혀 없었어요.
  • 접점별 불일치 — 축제에서 쓰는 디자인과 온라인 판매 디자인이 완전히 달랐습니다. 같은 화순 상품인데 다른 브랜드처럼 보이는 거죠.

우리에게 필요한 건 로고가 아니었습니다. 상품, 공간, 행사, 콘텐츠를 관통하는 브랜드 시스템 전체를 설계하는 것이었죠.

Chapter 2. 네이밍 — 이름에서 시작하는 구조

로컬 브랜드에서 가장 어려운 것. ‘이름만으로 지역을 떠올리게 하는 것’입니다.

‘화순’ + ‘도순도순’. 도순도순은 전라도 사투리로 ‘다정하고 따뜻한’이라는 뜻이에요. 지역명이 자연스럽게 녹아들어, 별도 설명 없이도 출처와 성격이 동시에 전달됩니다.

네이밍에서 지향한 건 세 가지였어요:

  • 지역 연상 — ‘화순’이 이름에 그대로 들어가 있어 출처가 명확합니다.
  • 감성 전달 — ‘도순도순’이 따뜻하고 정겨운 느낌을 줍니다. 농촌 공동체의 본질이죠.
  • 발음 용이성 — 네 글자, 부드러운 발음. 누구나 한 번에 기억하고 말할 수 있어요.

좋은 네이밍은 마케팅 비용을 줄여줍니다. 설명이 필요 없으니까요.

Chapter 3. 비주얼 시스템 — 어디에 놓아도 인식되는 구조

한글의 곡선을 살린 커스텀 로고타입을 제작했습니다. 둥글고 따뜻한 인상이면서도 현대적 감각을 유지하는 디자인이죠. 이 타이포그래피를 패턴화해서 배경 텍스처로 활용하면, 어떤 매체에 적용하든 즉시 ‘화순도순’임을 인식할 수 있습니다.

화순도순 서식류
명함, 레터헤드, 수첩, 컬러 스와치. 하나의 시스템으로 공식 커뮤니케이션의 품질을 높였다.

캐릭터는 손을 잡고 있는 사람들의 모습입니다. 공동체와 협력을 시각적으로 전달하면서도, 과하지 않은 미니멀 일러스트로 모든 접점에서 브랜드의 감성적 앵커 역할을 합니다.

여기서 중요한 원칙이 있었어요. ‘귀엽기만 한 캐릭터’는 만들지 않겠다는 것. 지자체 마스코트의 흔한 실수가 귀여움에만 집중해서 브랜드 메시지와 동떨어지는 거거든요. 화순도순의 캐릭터는 공동체라는 브랜드 핵심 가치를 시각적으로 전달하는 역할에 집중했습니다.

컬러 시스템도 단순하지 않습니다. 메인 컬러는 자연을 상징하는 그린. 여기에 코랄, 베이지, 라임, 라벤더 등 서브 컬러를 설계했어요. 왜 여러 색이 필요했냐고요? 화순도순 아래에 농산물, 가공식품, 체험, 굿즈 등 다양한 카테고리가 있으니까요.

화순도순 패키지
카테고리별 컬러로 구분하면서 통일된 브랜드 인상을 유지한다.

색상이 바뀌어도 타이포그래피와 캐릭터가 일관성을 잡아줍니다. ‘다양하지만 하나의 브랜드’라는 인상. 이게 멀티컬러 시스템의 핵심이에요.

Chapter 4. 실행 — 현판에서 종이컵까지, 빈틈없이

전략은 실행되어야 의미가 있습니다. 많은 브랜딩 프로젝트가 가이드라인 PDF를 만들고 끝나죠. 실제 제작물이 나오면 가이드라인과 전혀 다른 결과물이 되는 경우도 흔합니다.

화순도순 프로젝트에서는 전 품목을 직접 제작했습니다. 가이드라인만 넘기는 게 아니라, 최종 결과물까지 우리가 관리한 거죠.

접점 제작 항목 역할
사이니지 건물 현판, 현수막, X배너 오프라인 첫인상
서식류 레터헤드, 명함, 봉투 공식 커뮤니케이션
패키지 푸드 박스, 종이컵, 용기 상품이 곧 미디어
굿즈 다이어리, 머그, 그립톡, 티셔츠 일상 속 브랜드
행사 부스, 오프라인 행사 디자인 체험 공간 브랜딩
화순도순 부스
캐릭터, 메시지, 컬러가 통합된 행사 부스.

부스 디자인을 자세히 보면, ‘정성에서 마음으로, 화순도순으로 이어지는 정겨운 농촌’이라는 카피가 들어가 있어요. 아래에는 손을 잡은 캐릭터들이 일렬로 서 있죠. 슬로건과 캐릭터와 컬러가 하나의 메시지로 작동합니다.

종이컵 하나를 들고 있어도, 부스 앞에 서도, 동일한 브랜드 경험이 이어집니다. 이게 ‘토탈 브랜딩’의 의미예요. 각 접점이 독립적으로 매력적이면서, 함께 놓이면 하나의 세계관을 형성하는 것.

화순도순 종이컵
로고 패턴이 적용된 종이컵
화순도순 머그
캐릭터가 적용된 머그컵

Chapter 5. 인사이트 — 로컬 브랜딩에서 구조가 전부다

많은 지역 브랜딩이 로고 디자인에서 시작하고, 로고에서 끝납니다. 예산의 대부분이 로고 개발에 쓰이고, 나머지 제작물은 ‘예산 내에서 적당히’. 결과적으로 로고는 예쁜데 실제 적용물은 엉망인 사례가 반복되죠.

로컬 브랜드가 기억에 남지 않는 건 디자인 부족이 아니라, 디자인을 관통하는 구조가 없기 때문이다.

화순도순 프로젝트에서 검증한 로컬 브랜딩의 4가지 구조를 정리합니다:

  • 네이밍 구조 — 지역명이 곧 브랜드 자산이 되는 설계. 이름만으로 ‘어디서 온 것인지’가 전달되어야 합니다.
  • 비주얼 구조 — 타이포+캐릭터+패턴의 삼중 인식 체계. 어떤 매체에서든 1초 안에 ‘화순도순’을 인식할 수 있어야 합니다.
  • 컬러 구조 — 확장성과 일관성을 동시에 확보하는 멀티컬러 시스템. 카테고리가 늘어나도 브랜드 톤이 유지되어야 하죠.
  • 접점 구조 — 현판부터 종이컵까지, 빈틈 없는 경험. 가이드라인이 아니라 최종 제작물까지 관리해야 합니다.

지역 소상공인과 생산자, 기획자와 디자이너가 함께 만들어가는 협력형 로컬 브랜드. 화순도순은 하나의 로고가 아니라, 하나의 시스템으로 지역을 연결하는 구조를 완성한 프로젝트입니다.


클라이언트: 화순군 농촌신활력플러스사업 추진단
범위: 브랜드 전략 · 네이밍 · BI · 패키지 · 사이니지 · 굿즈
연도: 2024
포트폴리오: 자세히 보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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